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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ory)/Hello Seoul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_rufxxx




이태원에 위치한 rufxxx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카페'라고 한다.


 카페거리에서는 다소 동떨어진 조용한 거리에 위치해서일까,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고즈넉한 카페 분위기 때문인가 뭔가 여느카페들과는 달리 매우 모호한 카페의 분위기가 오히려 카페를 더욱더 매력있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맘에 든 메뉴판! 프린트로 뽑아서 대충 만든것 같은 메뉴판에서 이 카페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 왜일까. 


두꺼운 마카로 이리저리 끄적인것마저 뭔가 특이해보인다. 

깔끔하고 단정한 여느 메뉴판이 근대적이라면 왠지 자유분방하고 대충대충한것 같으면서도 취향이 드러나는 이곳 간판은 탈근대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게다가 모히또는 카페에서 직접 기르는 민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정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카페 밖 정원에서는 여러개의 박스에서 민트들이 촘촘하게 자라나고 있었고 바 테이블 위에는 모히또를 기다리는 민트를 넣은 컵들이 위생랩에 다소곳하게 쌓여서 '한정판매'의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실내와 남산타워와 서울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이국적인 향 냄새와 카페 안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있었다.


이곳에는 유르겐텔러 사진전 도록과 영국 패션잡지인 i-D, 그리고 올해 패션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르 소개하는 두꺼운 책들이 놓여져있었는데, 기존 패션사진의 틀을 벗어난 유르겐텔러의 사진전과 기존의 패션행보와는 독특한 방향으로 이목을 끈 영국의 패션 잡지 i-D와의 묘한 조화는 이곳 메뉴간판 만큼이나 카페주인의 취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주말이라서 운좋게 공연도 볼 수 있었는데 'Deadmen walking'이라는 공연은 '이곳에서 저쪽을 바라보다' 즉 '이승에서 저승'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해주셨다. 그러면서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셨으면 좋겠다는 센쓰있는 유머도 덧붙이면서.


 공연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아름답기보다는 어둠고 음울한 주제를 다뤄서인지 조금 난해했다. 정말로 악몽을 꾸거나 가위에 눌린듯한 혹은 단테가 말하는 연옥의 세계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와 가야금 그리고 현대적 악기인 키보드의 조화를 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특정한 멜로디 흐름과 주제를 가지고 있는 서양 음악과 다르게 아무런 내용 없이 시원스럽게 두들겨대는 장구의 우렁찬 소리가 또다른 한국적 음악의 매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그랬다. 처음 공연을 시작할때 깜짝 놀라실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닌게아니라 각종 악기와 인간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나오는 엄청난 굉음이 공연의 시작을 소란스럽게 알렸다. 공연은 음악과 춤 그리고 노래라는 이색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졌는데 특히나 어두운 공간에서 작은 전구의 깜빡임과 빛으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이 공연의 주인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는, 무엇인가의 그림자라는 점에서 현실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니는 이미지는 오히려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부정성으로서 비현실 쪽을 향하고 있다. -여백의 예술, 이우환, 현대문학, p81-


 문득 이 문구가 딱 이 공연에 맞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에서 바라본 저쪽, 이승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이지만 정작 죽은 다음에야 가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부재하는 그곳. 그 아이러니가 바로 '죽음의 세계' 아닐까. 그런 점에서 그림자야말로 정말로 현실과 비현실이 함께 공존하는 그 모순성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빛과 그림자의 슬렁이는 괴귀한 분위기는 '그곳'을 느끼기에 충분한 주인공들이었다.


 정말로 공연을 보는 내내 나는 매우 어둡고 음울한 세계에 들어와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춤을 추는 사람이 그 사람의 자발적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힘에 의해 몸에 움직여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조종당하는 인간, 이승에서 지은 죄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고통받는 인간. 어쩌면 지구에서 너무 자만하게 살아온 모든 인간이 저승에 가서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이색적인 공연과 멋진 서울의 야경(촘촘하게 얽힌 집들의 창문은 모두 창백한 푸른색을 띄고 있었는데 문득 그 모습이 지상의 별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형광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생각을 안하기로 했다. 나는 그 모습이 진짜로 '별'이길 바라기 때문에) 그리고 모히또의 궁합이 오늘 하루의 유쾌한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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