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theory)

로버트 프랭크-사진 느낀점

Robert Frank_canal Street-New Orleans


'공허함', 사진을 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바로 이것이다. 이 사진을 보고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함과 같은 긍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무미건조하게 길을 걸어가는 익명의 대중들이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처럼 사진에 작가의 독특한 시각을 담는 것은 20세기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전의 사진들이 사진이 지니는 기록성에 주목했다면 이제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사진 흐름의 문을 연 작가로 Robert Rrank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그의 사진 속에 세상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시각을 담길 원했다, 따라서 이 사진 또한 당시 경제 공황과 전쟁이 끝난 후의 혼란스러웠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진의 시대적 배경인 1950년대 미국은 생산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경제적 팽창의 시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물질 만능의 가치를 낳았고 사람들 간의 관계조차 물질적 관계로 변모시켰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데에는 거대한 조직의 출현도 한 몫 했다. 그 결과 개인은 그 자체로서가 아닌 집단에 소속되어있는 소속감을 통해 존재하게 되었다. 물질적 풍요 이면에는 인간 소외와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쓸쓸함이 있었고 그러한 감정은 이 사진 속 인물들에게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그들은 한 가정의 아버지로, 한 회사의 일원으로 소속되기 위해 부유하는 인간들이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교차되는 시선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밝혀줄 공간을 향해 흘러가는 한 무리들 뿐이다. 이처럼 개인의 주체적 선택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와 타인의 요구에 강요당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음울한 일상성은 '무표정'으로 대변된다. 이러한 무표정 속에서 아이를 보고 웃는 한 남성의 미소는 무색해진다. 오히려 그 미소는 화목한 가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무의식의 압박과 자신의 가정만을 생각하는 이기성을 내포하고 있는 듯 여겨진다. 이러한 생각은 프레임 오른쪽 아이에 의해 얼굴이 가려진 남성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이 사진은 인간이 포장되지 않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리를 배경으로 하여 이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인간 소외의 고독함을 적나라하게 포착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진을 보는 미국인들은 마치 자기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한 이 사진 속 인물들을 보며 자신의 껍질이 벗겨진 상태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불편했을 것이다.

사진에서 인물들의 크기는 비슷하고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렌즈를 통한 크기의 왜곡이나 변형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자신의 모습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미국인들 전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로 읽혀진다. 이러한 상징성은 남녀노소 각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지고 있으며 사회의 모순적은 현란한 색에 감춰지지 않은 채 흑백의 건조한 대비 안에서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흑백의 차분함은 이 공간의 소리마저 소멸시킨다. 북적거려야 할 거리는 사람들의 무표정에 압도되어 가라 앉아 버렸다. 사진 위를 가로지는 수평적 선은 미국 사회의 획인화된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대중들의 모습은 뒷배경의 수직적 선들과 밀착되어, 마치 아무런 의미 없는 추상적인 선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무의미하게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이 사진에는 어떠한 미사여구도 붙지 않는다. 작가는 억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카메라에 집중시키지 않음으로써 미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하고 있다. 그것이 이 사진이 보여주는 전부이다. 이를 통해 이 사진은 인간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세상에 대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들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