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3회째를 맞는 '녹색 여름전'은 자연을 사랑하는 디자이너들 작가들이 모여 매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이다. 내 사촌 언니 또한 매년 이곳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코엑스 갤러리 아쿠아에서 열린 전시는 매우 활기찼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들어와서 마음껏 관람하고 체험해볼 수 있었고 작가들과의
대화도 가능했다.
그린 게릴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
도심 곳곳 버려진 땅이나 자투리 공간에 식물들을 심는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입고 사용하는 모피의 수는 엄청나다고 한다.
모피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매년 400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니
그 수만 들어도 끔직하다.
송자인이라는 패션 디자이너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디자이너로 유명한데
그러한 올바른 생각을 가진 패션 디자이너가, 그리고 올바른 생각을 가진 소비자가
지구상에 점점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 내가 소비하고 있는, 배출하고 있는 쓰레기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음료수 하나 사먹었을 경우 버리게 되는 캔, 플라스틱 병, 종이컵에서부터
부수적인 것들 이를테면, 일회용 컵 슬리브들, 빨대, 휴지들...
'일회용'이란 이름으로,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몇분뒤 가차없이
쓰레기통에 들어갈 소모품을 마구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의식적으로 이들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작가는 천연염색으로 슬리브를 만들었는데, 그 색감이 너무 예뻤다.
페트병 물뿌리개
음료수를 먹고 애물단지로만 여겨졌던 페트병이 디자이너의 손길에 의해 깜찍한
물뿌리개로 재탄생되었다. 뭔가 물부리개로 사용하기에는 2% 부족한 사용감
(손잡이, 물이 나오는 입구가 없어서 조금 불편했다)이 아쉬웠지만, 동물들의 눈물과
물뿌리개를 결합시켜 메세지를 전달한 사실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직접 물을 담아 뿌려서 가지고 노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조카의 오래된 신발을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심은 꽃들.
사실 식물들이 저기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뿌리를 내릴까 의구심이 들지만
무언가 사물들을 버리기에 앞서 그안에 담긴 추억과 다시 사용될 수 있는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
전시장 내부 모습
분변토 젤리
탈취제와 퇴비의 용도로 우수하다는 지렁이 분변토와 우뭇가사리로 만든 젤리로
유기농 비료로 이용된다고 한다. 어느 하나 쓸모 없는 것이 하나도 없는 지렁이.
그러나 지렁이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 도구로 생각하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체로 먼저 대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팜플렛 꽂아두는 곳도 친환경적인 디자인이다.
어떻게 하면 지구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인간의 욕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이 진정한 디자인인가..
이번 전시는 나에게 다시 무거운 질문을 안겨 주었다.
단지 즐겁게 관람할 수 없는 가볍고도 무거운 전시회.
이러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7월 28일부터 8월 23일까지 코엑스 갤러리 아쿠아에서 '녹색여름전'이 계속된다.
시간은 10시부터 6시까지.
**오프닝이라 윤호섭 디자이너가 헌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는 퍼포먼스를 하셨고,
장 폴로 교수님이 샌드 아트 공연을 선보이셨다.
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산것 같다.
비록 이 전시 역시 도심 속 한가운데서 이루어졌지만,
이번 전시가 사람들의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빌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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