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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Philosophy

토니 다키타니(Tony Takitani)_이치카와 준,무라카미 하루키

 

 

<영화>

 

쇼자부로와 친한 미국인 사령은 자신의 Firstname '토니'를 아이에게 붙여주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했고 미국의 시대가 곧 세상을 지배할 테니깐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다.

 

'자기 안에 갇힌 소년으로 자라고 말았다'

 

아버지는 투어공연으로 언제나 바빴고 혼자 지내는 것은 언제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부를 두었지만 혼자 문을 잠그고 혼자 잠들었다. 특별히 외롭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녀는 마치 먼 세계로 날아가는 새가 바람을 몸에 두른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당신처럼 옷 입는 사람을 만나 본 적 없어.

 

뭐랄까. 옷이라는 것이 제게 없는 어떤 부분을 채워주는 것처럼 느껴져요.

 

전 제멋대로인데다 굉장히 사치스러운 타입인가 봐요. 그래서 월급의 대부분을 옷을 사는데 써버려요.

 

나는 미술도구 외에 돈을 써본 적이 없어.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처음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요"

 

" 그 여자의 어떤 점이 좋은데"

 

"뭐랄까.....

옷을 입기 위해 태어난 여자 같아요"

 

"그거 괜찮네"

 

쇼자부로와 토니는 2,3년에 한번정도 만났다. 쇼자부로는 그다지 아버지로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토니는 아들 역할이 어색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고독이란 감옥과 같다고 토니는 생각했다.

그녀는 고독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이렇게 사라져버린 '고독'이 그에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옷 앞에서 그녀는 스스로 주체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말투가 바뀌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심했던유럽여행을 갔을 때였다. 여행을 하는 동안 그녀는 굉장히 많은 디자이너의 옷을 사들였다. 마치 홀린듯이,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것을 사들였고 토니는 쫓아다니며 값을 치르기에 바빴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열기는 식지 않았따. 그녀는 매일 옷을 사러 다녔고 그에 맞는 거대한 옷장과 구두를 수납할 선반을 주문해야 했다. 그래도 모자라 그들은 방 하나를 모두 옷으로 채워야 했다.

 

쇼자부로는 언제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니 기억 속의 연주와는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 차이는 매우 작았지만 토니에게는 아주 중요하게 느껴졌다. 토니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뭐라 달라진거죠 아버지? 하지만 실제로는 물을 수 없었다.

 

저기 쇼핑을 조금 줄이면 어떨까? 돈 때문이 아니야. 나는 당신이 아름다운게 좋아. 하지만 정말 그 옷이 다 필요할까? 나도 알아요, 아는 데 어쩔 수 없어요. 아름다운 옷을 보면 사지 않고 견딜 수 없어요. 갖지 않고는 참을 수 없어요. 중독된 것처럼

 

그녀는 참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일주일동안 그녀는 유혹에 지지 않기 위해 집에만 머물렀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그녀는 텅빈것처럼 느껴졌다. 하루종일 옷방에 들어가 옷들을 바라보며 지냈다. 욕망이 일자 그녀는 흔들리고 말았다. 단순히 그냥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더 새 옷이 갖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몸은 하나뿐이니깐 정말 필요하진 않아. 이렇게 많은 옷이

그래서 그녀는 단골 옷가게에 가서 최근에 산 코트와 드레스를 반품해도 되는지 물었다.

옷을 돌려주자 그녀는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그녀는 방금 반환한 코트와 드레스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떤 색이었는지 어떤 디자인인지 어떤 질감이었는지

 

이렇게 멋진 옷을 남기고 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매달린 옷들은 아내의 그림자 같았다. 그 그림자들은 한때 따스한 숨결을 머금고 그의 아내와 함께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걸려 있는 것들은 생명을 잃고 매 시각 시들어가는 한 때의 그림자였다.

토니는 옷을 지켜보는 동안 점점 더 숨이 막혀왔다. 그는 전에 옷이 가득 했던 방을 황량하게  바라보았다.

 

 

<책>

 

 <하지만 그녀에게는 무언가 그의 마음을 세차게 흔드는 것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가슴이 조여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 안의 무엇이 그토록 그의 마음을 뒤흔드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설사 알았다 해도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그는 그녀의 차림새에 눈길이 끌렸다. 그는 딱히 옷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더구나 여자가 입고 있는 옷에 일일이 신경을 쓰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맵시있게 차려입은 스타일에는 완전히 감탄하고 말았다. 감동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엿다. 그냥 단순히 잘 파려입은 여자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보란 듯이 주렁주렁 치장을 한 여자들은 그 이상으로 많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여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마치 먼 세계로 긴 여행을 떠나는 새가 특별한 바람을 몸에 두르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옷을 걸치고 있었다. 옷 쪽도 그녀의 몸에 걸쳐짐으로 해서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옷 사는 거, 이제 조금 삼가면 어떻겠어 라고. 나는 비단 돈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 아니야. 필요한 옷을 사는 거라면 아무 상관하지 않아. 당신이 아름다워지는 것도 기쁜 일이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값비싼 옷들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

 

 <아내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이렇게 많은 옷이 필요한 것은 아니야,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나 자신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눈 앞에 에쁜 옷만 있으면, 도저히 사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 필요하다든지 불필요하다든지, 너무 많다든지 적다든지,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그냥 단순히 사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는 거야. 무슨 중독에라도 걸린 것처럼.>

 

 <여자가 돌아간 다음 토니 다키타니는 아내의 의상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아내가 남기고 간 옷들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여자가 어째서 이 옷들을 보고 울었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 그 옷들은 아내가 남기고 간 그림자처럼 보였다. 사이즈 7짜리 그녀의 그림자가 겹치고 겹치듯 몇 줄로 줄을 서서 옷걸이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란 존재가 내포하고 있는 무한한(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의 표본을 몇 가지 모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후기>

 

 누군가에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명품들이 누군가에게는 죽은 자의 볼품없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잘 알지 못하는 한 여자가 남기고간 흔적들이다.

옷들은 그 옷을 입은 한 여자의 친구들에게 부러움과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이고 한 남자가 버리지 못하는 미련의 찌꺼기였으며 한 여자에게 이유없는 울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토니 다키타니'는 텅빈 옷방의 허점함과도 같은 한 남자의 '외로움'에 관한 것이며 필요 이상의 많은 옷들로 가득 찬 옷방처럼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 여자의 '욕망'에 관한 것이며 주인 없는 옷방을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 또다른 이의 '공허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제껏 보지 못한 아름다운 옷을 입은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졌지만 이제 그 옷들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아내에 대한 미련만을 느끼게 만드는 증오의 대상이다.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 어떤 사람도 개입되지 않은 완벽한 고독함을 그는 그들의 소중한 물건들을 없애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물건에도 그 물건을 지닌 사람의 흔적이 깃들여있다.

 

트렌치 코트 입은 쇼자부로(토니의 아버지) 옷 주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주름만이 그 순간을 가상의 공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이야기는 결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님을 그 옷주름이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죽음'은 나와 너를 구별시키는 최후의 증표이자(나는 너를 대신해 죽어줄 수 없다) 인간이 고독함은 결코 누군가가 곁에 존재한다고 해서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아내와 결혼했을 때조차 그의 고독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잠시 고독함을 잊고 있었던 것일 뿐.

 

사람들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행하지 않는다. 욕망은 신념을 선행하는 것일까.

 

"어쨌든 몸은 하나뿐이니깐." 이라는 말이 "어쨌든 삶은 한번 뿐이니깐."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