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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Philosophy

<영화>'바흐 이전의 침묵'




뮤지컬  2010 .10 .14  100분  스페인  15세 관람가
감독
페레 포르타벨라
출연
크리스티안 아타나시우, 페오도르 아킨, 조지-크리스토프 빌러, 크리스찬 브렘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흔적 속에 살고 있음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귀기울여 보면 그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과거 누군가가 이룩해 놓은 토대 위에 살아간다. 그것은 역사 속에 중첩되어 은밀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은 담담한 어조로 바흐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서사적 구조도 영화의 가상적 시나리오도 따르지 않고 바흐의 음악처럼 평균율 법칙에 따라 일정한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흐름은 전개된다.

 

 바흐가 살았던 곳에서 그 시대의 복장을 하고 가이드를 하는 할아버지는 늘상 하던대로 핫초콜릿을 마신 뒤 가발을 쓰고 바흐의 생애를 사람들 앞에서 설명한다. 지하철 안에서의 울려퍼지는 연주자들의 라이브 바흐 연주곡은 지하철의 움직임 소리와 묘하게 이질적인 조화를 이룬다. 네 호흡과 내적인 평안과 주님의 권능으로 음악의 순수함에 도달해보라고 아들에게 일러주는 바흐의 가르침은 오늘날 신앙심이 없던 합장단원들이 음악을 통해 신앙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자쪽만 그 계통이 남은 바흐의 후손들은 여전히 바흐가 활동하고 뼈를 묻었던 그곳에서 그의 자취를 되밟고 악기상인과 오래된 서점의 주인은 바흐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들에 대해 논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통해, 그의 일부를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영화를 단순히 바흐와 관련된 에피소드의 나열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바흐의 음악은 이미지로 변이되고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에 경건한 신앙심을 음악 속에 녹아냈던 바흐의 음악세계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시장에서 고기를 파던 푸줏간 주인이 '마태수난곡' 악보를 고기를 포장하는데 쓰고 있었고 그것이 멘델스존에게 발견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뻔했던 바흐의 악보가 전해지게 되었다는 설화는 바흐의 음악과 악보의 관계가 종교의 신성한 공간과 시장의 공간으로 확장되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이 둘의 관계가 극적인 아이러니로 변모하는 지점을 훌륭하게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