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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문경원, 전준호, 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2012







굉장히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세련된 영상미와 완결된 스토리가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단편영화로 느껴지게 만드는...

이 작품의 형식 자체는 나에게 과연 영상예술과 상업영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반문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과거와 현재의 두 영상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

그리고 미래에 예술의 역할에 대해 반문해보게만드는 것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일단 카셀도큐멘타에 출품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상은 나에게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고

이정재와 임수정이라는 출중한 톱스타들의 연기와 자본을 많이 투자한 듯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영상은 그 작품성이나 내용을 굳이 운운하지 않아도 어느정도의 점수를 먹고 간 셈이었다.

또한 기존의 영화들이 앞으로 생존을 위협할정도로 파괴된 미래의 세상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관해 나름의 질문을 던졌지만 그것이 인간의 보편화된 삶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구 중심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아무도 미래의 예술에 관해서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생존을 위협하는 극박한 상황에서 누가 예술을 고민할 것이냐는 일종의 조소가 담긴 편견 또한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작품은 그 질문을 가지고 작업을 했고 아름다움은 여전히 유효한가, 현재를 지탱하는 예술계는 미래에도 여전히 존손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은 이 영상을 계기로 나를 반문하게 만들었다.

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서구철학에서 그토록 찾기를 원했던 '본질'에 관한 물음도 결국은 주관적인 해석들 속에서 '믿음'을 통해 그 생명을 이어나가는 허구적 실체이다. 그렇지만 '그날 이후 나의 삶은 변하였다'라는 나레이션으로 끝나는 이 영상은 미래의 예술에 대해 나름 희망적인 의견을 표한다. 하긴,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이 예술가니깐 굳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안된다. 미래의 예술에 대해서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불필요하다. 그렇지만 과거나 미래나 예술이 가지는 힘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 어쩌면 이 작품의 핵심은 '질문'이 아니라 '확신'에 있다.